세무공무원에게 절대 유리한 제도 방치는 위헌
입법조치 안 한 대통령·기재부 장관 피청구인
제56회 시험 세법학1부 일반수험생 82.1% 과락
면제 받은 세무공무원 대거 합격으로 논란 시작

세무사 자격시험이 세무공무원 출신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있고, 이를 허용한 세무사법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이 제기됐다.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수험생과 최수령변호사가 17일 오전 서울 계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소원청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세시연 제공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수험생과 최수령변호사가 17일 오전 서울 계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소원청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세시연 제공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대표 황연하·세시연)는 17일 오전 10시 세무사시험 수험생 256명이 헌법재판소에 이런 내용의 헌법소원 심판 청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헌법소원심판은 국가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해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된 경우 침해받은 국민이 침해의 원인이 된 공권력의 행사를 취소하거나 그 불행사가 위헌임을 확인받는 법적 권리구제 방법이다.

헌법소원 사유는 ‘점수조작을 통한 합격인원 선발’과 ‘불합리한 합격자 선발방식’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피청구인은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세시연은 “세무사법에서는 최소합격인원만을 규정하고 있을 뿐 합격인원수에 대한 상한선을 규정하고 있진 않은 데도 세무사시험은 최근 10년간 합격인원을 최소합격인원 선으로 유지해왔다”면서 “이는 채점자의 점수조작으로 매년 합격인원수를 최소한으로 조정해 왔음을 의미하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세무사시험은 국세경력공무원과 일반수험생을 동일한 조건이라는 가정하에 이들을 분리하지 않고 합격자를 선발하고 있으며 매년 ‘공정’에 관한 잡음이 끊기지 않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은 합격자 선발 방식에 대한 법을 개정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세시연은 변리사와 법무사 자격시험을 예로 들며 “(이들 시험은) 경력공무원 응시자와 일반 응시자 간에 ‘공정’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됨에 따라 경력공무원 응시자와 일반 응시자의 합격정원을 분리해 운영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세시연은 따라서 “대통령이 세무사 합격자 선정 방식을 응시자 유형에 따라 분리하도록 하는 대통령령을 제정하지 않은 것과 기재부 장관이 사실상 채점자에게 과도한 재량권을 위임해 합격인원을 결정하도록 한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황연하 세시연 대표는 “지금의 상황은 그냥 개인이 노력을 덜 하였기 때문에 세무사가 되지 못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매우 위헌적인 일이 세무사 자격시험에서 만연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면서 “세무사에 대한 국민의 수요도 외면하고, 세무사 시험의 합격자를 계속 통제하는 이러한 제도의 운영은 국민에게도 엄청난 피해를 입히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번 헌법 소원은 지난해 실시된 제58회 자격시험에서 비롯됐다.

현행 세무사 자격시험은 1, 2차로 나뉘어 치러지는데 이 가운데 2차 시험은 회계학 1·2부, 세법학 1·2부 등 4개 과목의 평균 점수가 높은 순서로 합격자가 결정된다. 문제는 한 과목이라도 40점에 못 미치면 과락으로 탈락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된 과목은 세법학 1부다. 일반 응시생 가운데 82.1%가 이 과목에서 40점 미만을 받아 과락으로 떨어졌다.

반면,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들은 이처럼 난이도가 높은 세법학 1부를 면제받아 합격자 비중이 크게 늘어났다. 전체 합격자 706명 가운데 세무공무원 출신은 237명(33.6%)이었고, 이 중 2차 일부 과목을 면제받은 세무공무원 출신은 151명이나 됐다.

이는 20년 이상 세무공무원으로 일했거나 국세청 근무 경력 10년 이상에 5급 이상으로 재직한 경력이 5년 이상인 공무원은 세법학 1·2부 시험을 면제받게 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시험 출제 위원 가운데 국세청 공무원 출신 출제위원이 시험을 일부러 어렵게 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커지기 시작했고, 급기야 헌법소원을 내기에 이른 것이다.

김현정 기자 hyun9593@public25.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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