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공무원의 사는 이야기’
임형모 전 소방령, 신축 소방박물관에 평생 모은 유물 기증
소방박물관 개관 소식에 아빠 따라 유물 모았던 딸도 동참
1900년 대 목재소화기, 1950년대 소방법 책자 등 가치 높아
“소방유물 관리 부실은 아쉬워 … 박물관 관리 본받아야”

임형모 전 익산소방서 행정과장(왼쪽)과 딸 보경씨. 소방청 제공.
임형모 전 익산소방서 행정과장(왼쪽)과 딸 보경씨. 소방청 제공.

지난 12일, 임형모(67) 전 익산소방서 행정과장과 딸 보경씨가 함께 20년간 수집한 소방유물 191점을 기증했다.

국립소방박물관이 오는 2024년 7월 개관을 앞두고 소방유물을 찾는다는 소식에 유물을 기증한 것이다.

임형모 전 과장의 골동품 수집은 중학교 1학년이던 1966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임 과장은 용돈으로 화폐를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해 500점까지 모았다. 그러나 결혼한 뒤 마련한 단칸방에 도둑이 들어 모두 도난당해 수집을 그만뒀다.

“시골에는 조선이나 일제강점기때 쓰던 엽전이 돌아다녔습니다. 용돈으로 1원, 2원 주고 모았죠. 아무래도 추억이 담긴 물건들이다 보니 도난당해 아쉽습니다.”

임 전 과장은 1981년 소방관으로 임용돼 2015년 퇴직할 때까지 35년을 일했다.

임 전 과장이 다시 골동품 수집을 시작한 계기는 1994년 프랑스 등지에 연수를 가게 되면서다. 연수를 하던 중 프랑스 소방본부 지하를 방문해 중세시대 때 사용했던 소방마차 등 소방유물들을 보게 된다.

“우리나라는 이런 박물관이 없는데, 우리도 선진국 반열에 오르면 박물관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국내‧외에서 한두 점씩 모으게 됐습니다.”

1900년대 초 사용했던 목재 소화기. 소방청 제공.
1900년대 초 사용했던 목재 소화기. 소방청 제공.

주로 인터넷 경매 사이트나 지역의 골동품 수집가들에게 유물을 구입 해 애지중지 관리했다.

다만, 소방 관련 유물은 나오는 것도 드물어 비싸기도 비싸지만, 나오더라도 보존상태가 그리 좋지는 않다고 했다.

이렇게 모으다 보니 1900년대 대한제국 시대의 목재 소화기와 1920년대 투척 유리 수화탄은 물론 1980년대 지휘관 표장 등 다양한 시대의 유물을 모으게 됐다. 이 유물들은 역사적으로도 학술적으로도 가치가 높다.

임 전 과장은 가장 기억에 남는 유물로는 1958년 처음으로 제정된 소방법 초판 책자를 꼽았다.

1958년 발간된 소방법령집. 소방청 제공.
1958년 발간된 소방법령집. 소방청 제공.

“당시 처음 제정된 소방법을 지갑 반 정도 크기 되는 책자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우연히 경매 사이트에서 발견해 마감되기 직전에 입찰했어요. 사고 나서는 며칠 동안 잠을 못 이룰 정도 였습니다.”

이외에도 1923년 가정방화수칙 등 화재예방 홍보물품을 꼽았다.

“전주의 상인에게 구입한 물건인데, 이건 한국 최초로 발간된 소방홍보 책자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TV쇼 진품명품’의 출장 감정에 가져갔더니 ‘가치를 매길 수 없다’며 소방박물관에 모셔야 한다고 하더라구요.”

유물을 설명하는 임 전 과장의 이야기에는 유물에 대한 애정이 묻어나왔다.

1923년 발간된 '가정방화의 비결' 소방청 제공.
1923년 발간된 '가정방화의 비결' 소방청 제공.

이렇게 모은 유물은 약 160여 점이었다. 그러던 중 국립소방박물관 건립 소식을 듣고는 유물을 소방박물관에 기증하려 가족과 상의했다. 가족들도 동의 했다. 여기에 충남 서천군에서 교편을 잡는 딸도 40여 점을 수집하고 있었다.

“딸도 제가 골동품을 모으는 것을 보고 따로 모아왔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지어질 소방박물관에 기증하자고 하니 딸도 흔쾌히 동의했습니다. 한 점 한 점 모은 유물이 새로 건립되는 국립소방박물관에 전시돼 많은 사람에게 소방 역사를 공유할 수 있어 의미가 깊습니다.”

다만 임 전 과장은 이렇게 기증한 유물들의 보존상태가 좋지 않은 점을 아쉬워했다.

“관리하는 직원들이 박물관 같은 곳에서 유물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관련 직원들이 관리를 너무 엉터리로 하고 있습니다. 저는 160여 점을 기증했는데 십몇 점은 분실하고 한점은 파손이 돼서 버렸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남은 것이 151점이었고, 여기에 딸이 모은 유물 40점을 합해 191점입니다. 경찰에 의뢰하려다 우리 소방 식구라 그만뒀지만, 아무래도 억울하죠.”

송민규 기자 song@public25.com

저작권자 © 공생공사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