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각종 언론에서는 74세 여배우의 오스카 수상 소식으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바로 ‘미나리’ 영화의 조연을 맡은 윤여정 배우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소식이다.지난해 봉준호 감독이 ‘기생충’으로 오스카 감독상을 받은 데 이어서 올해 윤여정 배우의 수상 소식은 그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고구마를 몇십 개 먹은 것 같이 답답하고 지쳐 있던 국민의 마음에 청량한 사이다를 선사한 느낌이다. 적지 않는 나이, 아니 이미 일흔을 훌쩍 넘긴 여배우가 오스카상을 거머쥔 원동력은 과연 무엇일까? 유쾌한 74세 여배우의 꿈 지난 4월
소통에서 중요한 부분의 하나가 용어에 대한 합의된 이해다. 우리가 외국어를 오랫동안 공부했어도 원어민과 원활한 대화가 쉽지 않은 이유는 서로 사용하는 언어를 구성하는 단어의 뜻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문화와 역사적 배경 탓에 사전적으로 같은 단어라도 맥락과 상황이 달라지면 전혀 엉뚱한 개념으로 이해되는 경우도 많다.이런 현상은 비단 같은 나라에서 같은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나타날 수 있다. 각기 다른 조직이 성장해온 역사 속에서 고유한 언어가 탄생하고, 같은 용어이지만, 다른 조직이나 대중이 일반적으로 사용하
방과 후 학교 운동장은 나의 놀이터였다. 해질 무렵이 다가와서야 놀이는 멈춘다. 다방구(술래잡기) 놀이를 끝내고 숙이 누나를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오후반 교실까지 배급이 끝나면 식빵이 남는다. 그 식빵의 이름은 ‘강낭빵’이다.숙이 누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강낭빵 3개씩을 다방구 놀이 후 교실로 빵 배달 봉사한 아이들에게 나눠준 것이다.나의 첫 봉사활동의 인센티브는 그 강낭빵 배달로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어느덧 만 48년이 흘렀다.식빵 나르기 봉사를 불씨 삼아 다문화수용성을 높이는 봉사자가 되고자 한국어 교원 자격증과 다문화 자격증
올해로 퇴직 3년 차에 접어든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바람에 자영업자를 비롯한 많은 국민이 힘든 시기를 보냈고 그런 상황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이 어려운 시절에 다행히도 연금을 받을 수 있어서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는 것을 절감한 한 해이기도 했다.지난해를 돌아보면 경제적으로 두 가지 큰 이슈가 있었다. 첫 번째는 여전히 부동산 가격 폭등이고 두 번째는 주식 시장의 호황이었다. 3년 전에 본의 아니게 나도 ‘주린이’(주식+어린이) 대열에 동참하게 되었는데 그것은 바로 퇴
#장면 1김 팀장의 책상엔 가족사진이 놓여 있다. 근사한 배경에 부인과 자녀와 찍은 사진이다. 지나가며 한마디씩 한다. “미인이시네요. 아이들도 어쩜!” 사람들은 김 팀장을 즉각 평가한다. 아! 저 남자 가정적이기까지 하네.차 팀장의 책상에도 가족사진이 올려져 있다. 남편과 아이들 사진이다. 지나가며 무의식적으로 생각한다. ‘몸은 직장에 마음은 집에 있는 거 아니야?’ 같은 상황에서 차 팀장은 의문의 일패를 당한다. 누구는 능력에 인성까지 갖춘 사람이 되고 누구는 회사에서의 몰입도와 성실성을 의심받는다. #장면2연말연시는 인사철이다
일본 정부가 도쿄도 등에 선포한 긴급사태선언이 발효된 것이 지난 8일. 2월 17일까지 한달간의 긴급사태 기간 중에 특별히 강조된 것이 민간, 공무원 모두에게 적용되는 ‘출근자의 70% 감소’ 지침이다. 직원의 30%만 직장에 나와서 일을 하고 나머지는 재택근무를 하라는 정부 방침이다.하지만 18일부터 시작되는 일본 정기국회 때문에 과연 중앙부처 공무원의 70% 재택근무가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니혼케이자이신문은 15일자 조간에서 “코로나19 대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벽으로 작용하는 게 관료의 ‘국회의원 질문 따기’”라는 기
최근 경남교육청이 방과후 자원봉사자 348명을 교육공무직으로 전환하고, 교사 업무를 경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수평적 분업을 특징으로 하는 학교조직은 교원은 교원대로, 행정실은 행정실대로 법령이 정한 각자의 업무영역을 존중하며 협력해 나가면 된다.그러나 오로지 교사업무 경감에만 중점을 두는 경남교육청 정책 때문에 지방공무원은 상대적 박탈감에 빠져 있다.보건교사는 학교보건법 시행령에 규정하고 있는 학교환경위생관리업무를 담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교사 업무를 경감한다면서 지역청에 업무를 이관하려는 계획을 잡고 있고
‘다 지나가리라’ 하고 버틴 한 해였다. 퇴직하고 사회에 발을 내디딘 지 2년 차였던 2020년, 마지막 세금인 종부세를 확인하는 순간 가슴에 커다란 돌덩이 하나가 내려앉았다.전년도 세금의 무려 세 배가 넘는 금액을 보고 나서 ‘이건 정말 잘못된 것일 거야’ 하고 당장 세무서로 가서 따지리라 결심을 했다.다주택자의 변명 내가 정부에서 가장 싫어하는 다주택자가 된 것에는 나름 이유가 있었다. 6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시며 지방에 있던 집을 상속하게 되었는데 당시 자식 중에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근무하느라 무주택이었던 내가 상속을 받게 된
또 한 번의 연말이다. 해마다 12월에는 직장인들의 희비가 갈린다. 누구는 환호하고 축하받지만 누구는 고개를 떨구며 말없이 짐을 싼다.나 또한 해임을 통보받고 멍한 상태에서 주섬주섬 짐을 싸던 경험이 있다. 어떤 이가 꾸준히 올라가고 어떤 이가 중도에 멈추거나 자리를 떠나는가?나는 지금도 내가 다녔던 회사뿐 아니라 국내 기업 여성 임원들의 연말 인사를 관심 있게 본다. 올해는 외국계 은행의 여성 행장 발령을 맘속으로 축하했다. 수년 전 먼발치에서 본 내 또래의 여성이었다. 끝까지 갈 수 있었던 여성 리더의 무기는 무엇일까?“남자들은
“핸드폰 연락처가 2000명이 넘었네. 나보다 많은 사람…” 은행에 있을 때 왕 오지랖인 동료가 자랑삼아 물어보았다.한두 번 만난 사람도 절친이 되고 누가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그와의 친분관계를 거품 물며 설명하는 그이다. “어우! 이 친구 또 시작했네.” 다들 같은 마음으로 눈빛을 주고받는다.그러다 갑자기 핸드폰의 연락처 경쟁이 시작되었다. 글쎄. 나는 몇 명이더라? 1000개였다. 1000명! 연락처 등록을 할 때 한 번 더 생각하는 나도 생각보다 많은 숫자에 놀랐다. 물론 지난 몇 년간 연락이 없었던 사람들이 대다수였다.나이 오
올해는 6·25전쟁 70주년이자 여군 창설 70주년 이기도 하다.북한의 남침으로 인해 대한민국이 누란의 위기에 처하게 되자 여성들이 부지깽이라도 들고 조국을 지키자며 여자의용군교육대에 자원하여 입대한 것이 여군의 효시이니 6·25전쟁과 여군은 불가분의 관계이기도 하다.지난 9월 6일이 바로 여군 창설일이었다. 올해는 70주년이라 특별히 의미가 있는 날이었지만,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인해 기념행사도 생략해서인지 쓸쓸한 느낌과 함께 위국헌신하신 여군 선배님들께도 송구스러울 뿐이다.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제踏雪野中去(답설야중거)不須胡亂
보이스톡 덕분에 위기에서 탈출하다문득 낮에 키에프 공항에 내리자마자 현지 유심카드를 구입해서 넣었기 때문에 인터넷이 될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휴대전화기를 꺼내 확인하니 다행히 눈금이 몇 줄 뜬다.그래서 바로 보이스톡으로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한국은 지금 새벽 시간이겠지만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한참 신호가 가도 받지 않아 애가 탔다. 두 번째 건 전화의 신호가 길게 울리고 나서야 막 잠에서 깨어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이스톡을 화상 통화로 바꾸어 봤다. 다행히 화면을 통해 얼굴이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나는 상황을
나는 책읽기를 좋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책 훑어보기를 즐겨한다. 내 단골 서점에서는 매일 신간 리스트를 보내준다. 굳이 읽지 않아도 손가락 하나로 세상의 변화를 감 잡는다.이렇게 많고 다양한 책들이 하루 새에 쏟아져 나오다니! 제목과 표지를 훑는 것도 꽤 재밌다. 특히 밀레니얼 친구들을 대상으로 하면서도 스스로 작가이기도 한 책들은 제목부터 원초적이고 직관적이다.‘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비롯해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쾌변을 위한 사소하고 잡다한 놀이’ ‘나를 힘들게 하는 또라이들의 세상에서 살아 남는 법
시대가 바뀌면 법·제도가 변화해야 한다. 법·제도는 사회의 작동 원리를 규정하는 규칙이고,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안정적인 국가 운영이 가능하다. 법·제도는 사회 변화를 추동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변화된 사회의 결과로 등장하기도 한다.이런 사회 시스템의 변화를 유연하게 이끌어온 국가는 국제사회를 선도하지만, 그렇지 못한 국가는 항상 후발 주자로 남거나 주류의 흐름에서 도태되기도 한다. 결국, 시대에 어울리는 법·제도의 변화가 한 나라의 역사를 규정하게 된다.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로 미래의 ‘거대한 전환’을 예상하
여행 중 처음 닥친 위기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의 보리스필 공항에 도착해서 시내로 가는 차를 타려고 할 때 우연히 한국무역진흥공사 키예프 지사에 근무하는 친절한 현지인 젊은 여성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다. 그녀는 내가 한국인인 걸 알고 반가워하며 현지 유심카드를 사서 핸드폰에 끼워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우버택시를 불러 주어서 싸고 편하게 숙소까지 갈 수 있었다.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숙소에 편하게 도착해서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러 시내로 나가려는데, 우버를 전혀 사용할
우리나라 국민에게 공정하지 못하면 결코 참을 수 없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교육, 병역, 채용이 바로 그것이고 그 중 으뜸은 병역이다. 국민 대다수가 가족이나 친지 중 누구 한 사람은 과거나 현재, 미래에 군인이기 때문이다.얼마 전 벨기에 공주 군사훈련 기사가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한 것도 최근에 불거진 고위직 공직자 아들의 공정 병역 이슈와 무관하지 않게 느껴진다.왕관의 무게를 견뎌라“특혜 없다.”… 진흙탕 기며 군사훈련 받는 벨기에 공주” 지난 9월 20일 일간지에 실린 보도기사에는 벨기에 왕실의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엘
작아도 너무 작은 인어 공주상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인어 공주상이 워낙 유명해서 꼭 가보기로 했다. 시내 도보 투어가 끝나고 가이드에게 가는 길을 물었더니 자기가 동행해주겠다고 해서 수채화 같이 예쁜 뉘하운 항구에서 부터 강을 따라 꽤나 먼 거리를 걸어서 갔다.중간 중간에 벽화나 동상들을 감상하고 강 위로 떠올라서 가는 작은 잠수정도 구경하면서 가다보니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있는 광장과 공원이 나왔다. 어린 시절 안데르센 동화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니 일년 내내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넘쳤다.그런데 웬걸 주변의
“용의 형상에 비유되었던 수려한 회령의 지세는 사계절이 뚜렷하고 천혜의 자연이 만났으니 역사적 전통과 뿌리마저도 찬란한 고장입니다.” 갈 수 없는 땅이기에 세월이 흐를수록 체념보다는 새로운 감회를 느끼고 싶다는 회령 출신 이북도민 얘기이다.또 다른 회령인의 아련한 눈빛을 본다. “저는 함경북도 회령군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제가 살던 곳에서 조금만 걸어가면 맑은 물이 흐르는 회령천이 있었습니다. 오빠, 언니, 친구들과 함께 깔깔깔 웃고 떠들면서 물놀이를 하던 곳이었습니다.”인심이 후덕하고 단아한 아름다움을 갖춘
중국에 작자미상의 ‘호계삼소도’가 있다. 계곡에는 잎이 무성한 고목이 서 있고 계곡 따라 물이 굽이굽이 흐르다가 다리를 지나면서 급하게 밑으로 떨어진다.물보라가 세차게 일어난 듯 안개가 자욱하고, 다리 바로 건너에는 도포자락을 휘날리며 성인(聖人) 세 명이 마주보며 파안대소, 껄껄껄 웃고 있다. 혜원스님과 유학자 도연명 그리고 도사 육수정이다.혜원은 여산 호계에 동림정사란 절을 지어 놓고 ‘영불출산 적불립속’(影不出山 跡不入俗·그림자도 산문 밖으로 나가지 않을 것이며 세속에 발을 들이지 앟겠다)을 다짐하며 수행 중이었다.어느 날 도
갈매지구로 생애 35번째 이사를 한 지 3주가 되어간다.젊은 시절에는 이삿짐 정리도 삼일이면 뚝딱 해치웠던 것 같은데 이제는 힘에 부쳐 쉬엄쉬엄 하다 보니 이제서야 대충 살림살이가 제자리를 찾았다.이사 오기 전 가구와 의류는 무료나눔도 하고 일부 물품은 팔기도 하며 몇 번을 망설이다가 버리기도 많이 했는데도 이삿짐은 왜 그리 많던지. 다음 이사할 때까지 이곳에서 부지런히 비우기를 결심해 본다. 동상이몽(同床異夢)나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갈매지구는 최근 부동산 핫플레이스로 떠오르는 지역이다. 바로 인근에 태릉골프장이 자리 잡고 있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