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선포)이 삶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그동안 당연시 여겨졌던 것 일상에서 위생과 안전이 가장 우위에 놓이게 됐다.조금씩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체제로 전환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행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이전의 비교해 위생과 안전을 강조한 여행이 큰 흐름이 될 전망이다.일부 국가가 백신 접종 완료자들의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 ‘샌드 박스 프로그램’ 등을 가동하며 일상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오미크론 등 코
보이스톡 덕분에 위기에서 탈출하다문득 낮에 키에프 공항에 내리자마자 현지 유심카드를 구입해서 넣었기 때문에 인터넷이 될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휴대전화기를 꺼내 확인하니 다행히 눈금이 몇 줄 뜬다.그래서 바로 보이스톡으로 한국에 전화를 걸었다. 한국은 지금 새벽 시간이겠지만 그런 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한참 신호가 가도 받지 않아 애가 탔다. 두 번째 건 전화의 신호가 길게 울리고 나서야 막 잠에서 깨어난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보이스톡을 화상 통화로 바꾸어 봤다. 다행히 화면을 통해 얼굴이 흐릿하게나마 보였다. 나는 상황을
여행 중 처음 닥친 위기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의 보리스필 공항에 도착해서 시내로 가는 차를 타려고 할 때 우연히 한국무역진흥공사 키예프 지사에 근무하는 친절한 현지인 젊은 여성을 만나서 도움을 받았다. 그녀는 내가 한국인인 걸 알고 반가워하며 현지 유심카드를 사서 핸드폰에 끼워서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그리고 우버택시를 불러 주어서 싸고 편하게 숙소까지 갈 수 있었다. 공항에 내리면서부터 우크라이나에 대한 첫인상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숙소에 편하게 도착해서 짐을 풀고 저녁 식사를 하러 시내로 나가려는데, 우버를 전혀 사용할
작아도 너무 작은 인어 공주상덴마크 코펜하겐에서는 인어 공주상이 워낙 유명해서 꼭 가보기로 했다. 시내 도보 투어가 끝나고 가이드에게 가는 길을 물었더니 자기가 동행해주겠다고 해서 수채화 같이 예쁜 뉘하운 항구에서 부터 강을 따라 꽤나 먼 거리를 걸어서 갔다.중간 중간에 벽화나 동상들을 감상하고 강 위로 떠올라서 가는 작은 잠수정도 구경하면서 가다보니 관광버스가 줄지어 서있는 광장과 공원이 나왔다. 어린 시절 안데르센 동화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보고 싶어하니 일년 내내 세계 각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넘쳤다.그런데 웬걸 주변의
담배 밀수로 체포되면 어떻게 하지?러시아의 상트테르부르크에서 핀란드의 헬싱키로 가려면 비행기, 페리, 기차, 버스 중에서 선택하면 된다. 나는 요금이 저렴하고 밤 12시에 출발하여 새벽 7시에 헬싱키에 도착하는 버스를 타기로 했다. 교통비와 하루치 숙소비도 절약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판단했다.버스는 에코라인과 룩스 익스프레스가 있는데 가장 늦게 자정에 출발하는 룩스 익스프레스를 골랐다. 요금은 25유로다. 물가가 저렴한 러시아에서 오래 지내다 보니 꽤 비싸다고 생각됐지만, 좌석도 넓고 차내에 화장실도 있고 간식과 음료수도 주어
멍청한 여행, 후회되는 여행 러시아에서 핀란드의 헬싱키로 넘어가기 전 물가가 비싼 북유럽 4개 국가를 어떻게 여행할 것인지 고민을 했다.러시아 여행만 계획하고 떠났다가 즉흥적으로 북유럽까지 가기로 했기에 예산 부족이 제일 큰 문제였다. 일단 최대한 아끼고 줄여서 생활하기로 했다. 체면 따위는 접어두고 가난한 배낭여행자로 변신하기로 했다. 이때부터 나는 소심해졌다. 쫄보가 되어 싼 것만 찾아다녔다.북유럽을 가면 피오르(fiord·옛날 빙하로 생긴 깊은 협만. 한국같이 빙하가 없었던 곳에서는 볼 수 없고 빙하가 두껍게 발달한 지역에서만
거부할 수 없는 유혹러시아는 내게 행운의 땅이었다. 어려울 때마다 고마운 사람들이 나타나 도움을 주었다.어느 정도 여행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 아날로그 초보 여행자였지만 세계일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솟았다.하바롭스크에서부터는 비행기로 이동한 탓에 러시아 여행이 예상보다 일찍 끝났다. 여기서 귀국하기엔 너무 아쉬웠다. 혼자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낡은 호스텔 7층 다락방에서 고민에 빠졌다. ‘계속 전진할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멈추고 돌아갈 것인가? 이것이 문제로다.’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았다.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자정
“그리 넓지 않은 평야이지만, 청류(淸流)가 흐르고 있었습니다”“오룡천과 팔을천 사이에 조선총독부가 심은 듯한 느티나무는 가늘고 긴 언덕을 차지하였고, 그 숲 속에 관공서가 있었으며, 그리고 일본사람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회령 출신 어느 이북도민의 ‘나의 학창시절’ 이야기다.무산령을 겨우 넘어선 기차가 두만강을 향해 힘차게 내려오는 철도길 옆으로 오룡천의 청류가 흐르면서 그리 넓지 않은 평야를 이루었고, 회령의 외곽은 소용돌이치는 두만강 물결과 함께 국경도시를 오가는 기차 손님에게 잊을 수 없는 풍경을 제공하였다.또한, 그들이 기
천사가 떠나자 산신령이 나타났다든든한 동행이 되어 주었던 아나스타샤가 휘리릭 떠나가 버리고 나니 갑자기 불안감이 다시 몰려왔다. 나는 지하철역 내부 벽에 붙어 있는 노선 안내도를 보면서 가는 방향을 다시 한번 확인하기로 했다.낯선 키릴 문자(Cyrillic alphabet)를 한참 들여다보고 있는데, 누군가 뒤에서 “메이 아이 헬프 유?(May I help you?)”하고 묻는다. 돌아보니 말끔한 차림의 40대 신사가 업무용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내가 민스크 벨라루스카야역까지 간다고 하니 자기도 그곳으로 간다면서 따라오면 된다고
공항 철도 티켓 구매에 실패하고 꼰대 본성이 나오다이르쿠츠크에서 모스크바 구간도 러시아 국내선 저가 항공기를 타고 갔다. 요금이나 시간을 따져 보니 기차보다 비행기의 가성비가 훨씬 좋았다. 마침 검색하다가 다음날 출발하는 싼 가격의 S7이라는 항공사의 비행기표를 발견하고 급하게 질러 버렸다.그리고 나서 우선 숙소만 예약했다. 공항에서 숙소까지 가는 교통편은 제대로 확인할 시간이 없었다. 공항은 어느 나라나 영어 안내 데스크가 있으니 물어서 가면 되겠지 하는 안일한 마음으로 떠났다.모스크바에는 세 개의 공항이 있었다. 그 중 시내에서
푸른 벽계수가 바위에서 미끄러지듯 흰 거품을 뿜다 해주 출신 이북도민에게 ‘두고 온 고향, 남겨진 이야기’를 물었더니 하늘이 허락하면 백령도에서도 보인다는 해주의 수양산을 자랑하면서, 수양산 아래에 있다는 사미정 사진 한 장을 보내왔다.멀리서 보면 마치 학이 나래를 펼치고 당장이라도 날아오를 듯한 모습의 정자라고 했다. 아름다운 계곡과 맑은 물이 어우러진 뛰어난 경치가 사방으로 보이는 정자라 하여 예로부터 그 이름을 사미정이라고 불렀다고 한다.그 당시 소녀였다는 또 다른 해주인은 구슬같이 맑고 푸른 벽계수가 바위에서 미끄러지듯 흰
하바롭스크에서 만난 김 선생 나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2박 3일을 머물고 나서 야간열차를 타고 고려인들이 많이 사는 하바롭스크로 갔다. 하바롭스크는 특별히 눈에 띄는 볼거리가 없었다. 시장에서 만난 고려인들의 생활이 궁금해서 김치 한 봉지를 사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길게 나눈 게 기억에 남는 정도다.시내를 다니는 차들은 대부분이 한국에서 수입해 온 중고차들이었다. 한국어로 된 광고판을 그대로 붙이고 다녀서 마치 한국에 온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태권도장, 주산학원, 음료수, 꽃박람회 광고 등 종류도 다양해서 볼 때마다 웃음이
오월단오에 취떡 二八처녀 피리피리큰애기 작은애기 둘씩둘씩 짝을 지어명주황라 분흥고사 배나가오 배나가오五色의 옷 분흥고사 서천 서국으로 배나가오그네줄의 뛰리메야하 사게사오 사게사오올단오의 취떡아하 오람배뚤리 사게사오 황해도 해주(海州) 아낙네들이 그네를 뛰면서 부르던 노래이다. 석가모니가 태어났다는 사월의 초여드렛날을 전후해서 음력 오월 초닷샛날인 단오까지 어울려서 즐기던 그네뛰기로, 해주시 광석천(廣石川)변 등에서 두 처녀가 한 그네를 마주 타고 이 노래를 불렀다고 한다.아낙네들이 창포물에 머리를 감았다고 전해 오는 단옷날, 우리
㈜공생공사닷컴은 3월 31일부터 행정안전부 이북5도위원회와 공동기획으로 1945년 8월 15일 당시의 북녘 땅, 미수복 지역 여행을 시작합니다. 실향민의 값진 애향심을 후대에게 물려주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처럼 두고온 고향의 이야기들을 찾아갑니다. 우리의 반쪽… 우리가 기억하고 불러주지 않으면 멀어집니다. 미수복 황해도 해주시에서 출발해 미수복 함경남도 해산군까지 97명의 명예시장군수들과 고향과 나라 사랑의 흔적을 남기고자 합니다. 이북도민들이 고향 땅을 밟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묵은 소원이
블라디미르 과장을 만나다블라디보스토크에서 두 번째 날, 하바롭스크까지 가는 기차표를 사기 위해 역을 찾아갔다.기차역 매표창구에 가서 예매를 하려고 했지만, 전혀 불통이었다. 창구의 직원은 육중해 보이는 전형적인 중년의 러시아 여성이었다. 그녀는 고객을 위해 뭔가를 해 줄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어 보였다. 도리어 짜증을 내기까지 했다. 이럴 땐 일단 후퇴다.역에서 나와 기분 전환을 위해 바다 바람이나 쐬기로 했다. 부두 쪽으로 걷다 보니 러시아-한국 여객선 회사 간판이 보였다. 다행히 영어를 하는 남자 직원을 만났다. 그는 “무슨 일
샐리와 함께한 러시아 여행샐리의 법칙(Sally’s Law)이란 우연히 자신에게 유리한 일만 계속 거듭해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한다.샐리는 영화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주인공 맥 라이언이 엎어지고 넘어져도 결국에는 모든 게 해피 앤딩으로 끝나는 것에서 힌트를 얻어서 만들어진 말이다.나는 제대로 된 계획이나 준비도 없이 러시아를 향해 떠났지만, 여행 내내 샐리의 법칙을 경험하는 행운을 누렸다.러시아는 과거에 공산주의의 종주국, 냉전 시대의 주역이었던 소련이었다. 좋은 기억이나 친근감보다는 나쁜 기억이나 거부감이 더 많았던 나라
세계일주는 내가 젊은 시절부터 항상 품고 살아온 꿈이었다. 그러나 내가 2017년 4월 한국을 떠날 때는 세계일주 같은 건 전혀 계획에 없었다.그냥 모처럼 긴 휴가를 내어 러시아로 가서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올 생각이었다. 정말이지 729일간 49개의 나라를 돌아보는 긴 여행이 될 줄은 몰랐다.인생을 살다 보면 어쩌다 ‘뜻밖의 행운’(serendifity)을 만날 때가 있다. ‘세렌디피티’는 페르시아의 우화 ‘세렌딥의 세 왕자’에서 비롯됐다.세 왕자가 여행을 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지혜와 용기를 얻게 되는 ‘뜻밖의 발견’을 하게 된
지공거사는 지하철을 공짜로 탈 수 있는 경로우대증이 나오는 65세 이상의 노년을 일컫는 은어다.지공거사가 되면 BMW족 대열에 끼게 된다. BMW는 Bus, Metro, Walking의 줄임말이다. 자가용도 필요 없고 버스나 지하철을 타거나 걷게 되는 나이다.정부는 노인 운전자들의 사고가 잦아지자 운전 면허증 반납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돈 몇 푼 주고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라고 한다.나도 운전을 안 한 지 꽤 오래됐다. 인지 판단력이 떨어지기도 했지만, 더 큰 이유는 고속도로 주행이나 야간 운전 또는 눈, 비 등 날씨가 안 좋은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