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미학의 시대에 살고 있다. 가는 곳마다 예술 작품이 있다. 심지어 음식도 예술의 형태일 수 있으며, 예술과 미적인 것을 향유하려는 우리의 성향을 철저히 이용하고 있다.예술 작품의 매력은 도처에 편재하면서 인간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첨단 과학시대의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이라는 용어 속에 예술(Art) 개념이 포함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인간의 생각은 우리의 선조가 만든 인공물들에 의해 모습을 갖추어 왔다. 이런 물건들이 인간의 상상을 점령하고, 상상력을 지배하는 힘은 우리를 지배하는 절대적
지난해 말 자녀를 결혼시켰다. 아니, 이 말은 사실과 다른 표현이다. 자녀가 결혼을 했다가 정확한 표현이다.우리네와 달리 그들은 스스로 파트너를 찾고 결혼을 결정했다.혼인 날짜와 결혼식 프로세스, 모든 것이 자녀의 디자인에 따라 결정되었고 부모인 우리는 결정된 것을 따랐다.그도 그럴 것이 삼십 대 중후반이 되어 결혼을 하는 자녀들은 이미 완전히 성인들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이십 대에 결혼한 우리네가 거의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존했던 것과는 다르다.그래서 ‘혼주=혼인의 주인’의 의미도 바뀔 수밖에 없다. 이제 혼주는 부모가 아닌 당사
공자는 중국 춘추 시대의 사상가이자 학자로 인(仁)을 정치와 윤리의 이상으로 하는 도덕주의와 덕치정치를 강조하였다. 묵자 또한 중국 춘추 시대 노나라의 사상가이자 철학자로 박애와 겸애(兼愛)를 설파하고 평화론을 주장하여 유가(儒家)와 견줄 만한 학파를 이루었다. 이들 공자와 묵자를 아울러 ‘공묵(孔墨)’이라 한다. 이후 ‘제자백가(諸子百家)’를 달리 이르는 말로 확대되었다. 이렇게 춘추 전국 시대에 나타난 제자백가의 사상으로 중국철학이 발달하게 되는데 그 가운데 체계를 갖추고 후세에 계승된 것은 유교 사상과 도가 사상이다. 전자는
9월 26일, 제75주년 국군의 날 기념행사가 성대하게 치러질 계획이다. 국군의 날은 10월 1일이지만 추석연휴를 고려하여 9월 26일로 앞당겨 실시하는 것이다. 6·25전쟁 시 국군이 38선을 돌파하여 북진한 것과 육해공군의 창설일을 통합하여 10월 1일을 국군의 날로 정하게 되었다. 여군의 태동 또한 6·25전쟁 시에 창설되었기에 더욱 의미가 있는 날이기도 하다. 행사의 품격 지난 9월 6일, 여군 창설 제73주년 기념행사가 공군호텔에서 거행되었다. 지난해에는 행사에서 여군 약사를 소개하는 임무를 맡았으나 이번 행사는 재향군인회
“엄마, 저 토마토 싫어하는 줄 아시면서 왜 자꾸 먹으라는 거예요? 안 먹습니다!” 좋아하는 음식만 먹는 딸아이는 싫어하는 음식을 먹으라고 하면 어김없이 “왜 먹어야 하냐”고 반감을 드러낸다. 좋아하는 음식만 먹어도 얼마든지 사는 데 문제가 없는데 싫어하는 음식을 굳이 먹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어쩌면 맞는 말이다. 딸아이의 단호한 거절에 긴말 필요도 없이 나는 권하던 음식을 내려놓는다. 아이들의 편식하는 습관을 어떻게 하면 고쳐볼까 하고 고민해본 엄마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고집이 쉽게 꺾이지 않는 황소고집이라는 것을.‘편식’이
지난달 6·25 73주년 기념 행사장에서 있었던 일이 각 언론에서 주목을 받았다. 그 중 한 매체의 유튜브 방송은 현재 접속횟수가 120만 회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이유는 당일 행사장에서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옆에 앉은 6·25 참전용사에게 받은 쪽지가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쪽지에는 “KLO가 인정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지난 2월엔 보상금도 받았고 6월 14일엔 청와대 오찬에도 초청받았다”고 쓰여 있었다. 6·25 전쟁이 발발한지 73년이 지났는데 왜 이제야 보훈이 이루어진 걸까?누가 감사한 일인가
용과 범이 서로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 강자와 강자와의 싸움. 누가 이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그래서 실력이 엇비슷한 맞수의 대결을 두고 ‘용호상박(龍虎相搏)’이라 한다. 세력이나 역량이 비슷한 두 영웅을 가리키는 말인 용호는 이백(李白)의 시에서 유래한다. 정복 전쟁이 무수히 일어난 춘추전국 시대를 묘사한 시에 “용과 범이 서로를 물고 뜯으며, 전쟁이 광포한 진나라에 이르렀도다.”라고 한 구절이 있다.이로부터 흔히 막강한 이들의 대결을 용호의 싸움으로 표현한다. ‘자존심 강한 두 천재가 대결한다’는 뜻의 줄임말인 ‘자강두천’
가로세로 하얀 묘비들이 열병하는 대오처럼한 치 흐트러짐 없이 늘어서 있는 현충원에 섰다 (중략)이 몸이 죽어서 나라가 산다면 이슬같이 죽겠노라던 독립군과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앞으로 앞으로 나가자던 용사들의 노랫소리귓가를 맴돌다 뜨거운 유월의 태양 속으로 사라졌다‘현충원에서’, 시집 《지금 너를 마중 나간다》(2021년) 중에서 -73년을 기다려온 호국의 형제지난주에 국립현충원을 방문하여 호국영령들을 추모하였다. 6월 ‘호국보훈의 달’을 앞두고 재향군인회 여성회의 일원으로 참배를 하러 갔는데 예상외로 많은 단체 참배객들로 인해 현
김춘수 시인은 ‘꽃’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중략)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는 말처럼 지난 3년간의 봄이 그러했다. 봄이 와서 꽃이 지천으로 피어났어도 이름을 불러주는 것은 고사하고 코로나19 감염병 예방대책으로 인해 꽃구경이라는 말이 생소할 정도로 우리의 눈과 발은 집안에 묶여 있었다. 지난주 오랜만에 태안으로 꽃 구경을 다녀온 후 내가 보는 찰나의 아름다
위원장님! 근로자의 날에 왜 공무원들은 못 쉬게 해요?아빠! 친구들은 근로자의 날 놀러 간대, 우리도 가자...여보, 자기가 그냥 연가 내고 둘째 좀 봐줘…. 어린이집 논대….공무직은 쉰다는데, 공무원은 안 쉰대….5월 1일, 대한민국 ‘근로자의 날’은 노동계에서 노동절이라고 부른다. 이날의 출근길 공무원들은 매우 다양한 군상과 만난다.‘근로자의 날에 왜 공무원들은 못 쉬는 건지 모르겠다고 투덜대는 사람’, ‘선생님들이 근로자라 쉬기 때문에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낼 수 없어서 과장님이 눈치 줘도 꼭 연가 내야 한다는 사람’, ‘이런
21세기 현대 사회에서 문명이란 어떠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사전적으로 문명은 인류가 이룩한 물질적, 기술적, 사회 구조적인 발전을 의미하며 자연 그대로의 원시적 생활에 상대하여 발전되고 세련된 삶의 양태를 뜻한다. 흔히 문화를 정신·지적인 발전으로, 문명을 물질적·기술적인 발전으로 구별하기도 하나 그리 엄밀히 구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그렇다면, 현재 시대의 가장 문명국은 어디일까? 당연히 미국을 엄지척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미국이 국내총생산(GDP) 1위 국가로 선진 기술을 많이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사회 시
푸르른 삼월에(중략)아버지그 위 아버지가 그러했듯이푸르른 스물 청춘 잠시 호흡 가다듬고나라 위해 목숨 바칠마음 준비한다삼월에는저마다 푸르른 희망 꿈꾼다나무도보리도청춘도그리고 곰삭은 나까지 지난달 오만촉광에 빛나는 소위 계급장을 달고 ‘위국헌신 군인본분(爲國獻身 軍人本分)’을 다짐한 신임 장교들에게 바치는 헌시(獻詩)의 일부다.대(代)를 이은 군인의 길 지난달 말에서 3월 초 2023년 신임 장교 임관식이 거행되었다. 올해 장교 임관식에 눈길이 간 것은 지인의 아들이 학군장교로 임관했기 때문이다.사실 그와는 1999년에 육군대학에서
서울을 떠나 경기 구리시 갈매지구로 삶의 터전을 옮긴 지도 2년 반의 시간이 흘러갔다. 약 1만여 가구가 살고 있는 갈매동은 코로나19 시대에 피난처와 같은 곳이었다. 특별한 약속이 없으면 멀리 나가지 않고서도 이른바 슬세권(슬리퍼와 같은 편한 복장으로 카페나 편의점, 도서관, 쇼핑몰 같은 편의시설을 사용할 수 있는 주거 권역을 뜻함)을 누릴 수 있는 기반 시설을 갖춘 곳이라 일상 생활을 누리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나는 다시 용산으로의 회귀를 계획하고 있다. 돈이 그렇게 많냐구? 아니 오히려 돈이 부족해서다. 아들과의
“아니! 다 같이 모여서 회의를 하는데 부장이 이 정도는 파악하고 와야 하는 게 기본 아닌가요?” A는 B부장을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진다.팀원의 보고를 함께 듣는 자리에서 상사인 나를 앞에 두고 팀원에게 업무 진척도를 묻다니! 이 정도는 미리 파악하고 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열이 확 오른다.경력사원으로 몇 달 전 합류한 B부장은 부지런히 움직이는 데 반해 일의 우선순위가 상사인 A와 맞지 않았고 성과도 나지 않았다. 최근 나빠지는 경기상황과 연말마감이 다가오자 A는 마음이 조급하다.B는 A에게 찾아와 의논하는 법도
지난달 말 아들에게서 문자 한 통을 받았다. 은행 대출금리가 엄청나게 올랐다면서 보낸 대출금리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난달보다 대출이자가 무려 20여만원이나 올랐고 1년 전에 비하면 무려 40여만원이 올라 매달 100여만 원의 이자를 감당하게 된 셈이다.아들이 대출을 낸 상품은 ‘청년 안심 전세대출’로 정부에서 권장하여 전세금의 90%를 대출해 주는 것이었다. 조건은 만 34세 이하, 3억원 이하 주택에 연봉 5000만원 이하 청년에게 빌려주는 것이었다. 작년에 갑자기 서울로 직장을 옮기게 된 아들이 오피스텔을 구
“사무실에 있으면 숨이 막혀요. 팀장님 눈치 보기도 힘들고 다른 직원들과 따로 외딴섬에 떨어져 있는 느낌이 들어요. 하루하루가 괴로워요.”얼마 전 찾아온 입사 7년차 A는 그간 맘고생이 심했던 듯 평소의 밝은 얼굴이 누렇게 뜨고 다크서클이 뺨까지 내려와 있었다.사연인즉슨, 이랬다. 연초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부서에 배치받았는데 자신에게만 유달리 다르게 대하는 팀장 때문에 점점 숨이 막힌다는 것이다.그런데 팀장은 합리적인 편이고 그 자신이 워라밸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라 불필요한 야근도 거의 없어서 부하직원들의 평은 좋은 사람이었다.그
사람 인(人)은 사람과 사람이 기대어 있는 형상이다. 즉, 사람은 서로 의지하고 살아가는 존재라는 뜻이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로 다른 사람과 멀어지면 고통을 느끼게 진화되어 왔다. 외롭고 고독한 현대인들은 사회가 거대해질수록 왜소해지는 개인의 역할과 존재가치로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경쟁사회는 주변의 경쟁 상대들과 속마음을 나눌 수 없게 만들고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관, 신념, 생활양식 등이 다양해지면서 공통분모가 감소하고 갈등도 증가한다. 갈수록 친밀한 교재와 애정을 나누는 일이 줄어들고 있고 SNS(s
코로나19에 확진 되었다가 회복된 지 어느덧 한 달이 되었다. 나의 경우 이전의 삶과 가장 달라진 점은 바로 한 달간 미각과 후각의 상실이었다. 이것이 얼마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지 두 번 다시 걸리고 싶지 않은 질병이다. 확진자로 판정이 되고 다시 일상을 되찾기까지 한 달을 되돌아보며 이게 과연 온전히 개인이 감당해야 할 일인가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골든 타임’을 놓치면 벌어지는 일 불과 한 달 전까지 친구들을 만나면 나는 인간관계가 아주 안 좋은 사람에 속했다. “얼마나 사람들과 교류가 없으면 아직도 코로나19에 안 걸렸느냐
“나는 엄마의 부하직원이 아니란 말이야!”어릴 적 내 아이가 자주 외친 말이다. 굼뜨고 매사 흘리고 다니는 아이를 볼 때마다 나는 답답했다. 그럴 때면 아이에게 커서 회사생활에서 능력 없는 사람이 된다고 은근한 협박을 했었다. 성장과정에서 아이가 느리고 실수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걸 회사 직원들과 비교하다니 참! 지금 생각해도 서툴렀다.인기 있는 배우자 가운데 하나가 교사이다. 그런데 막상 선생님과 사는 지인들은 나름 불만이 있다. 교사인 배우자는 학생 대하듯 가족에게 지시하고 시킨다는 것이다. 본인은 입으로만 한단다.어릴 적 우리
‘그림을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이후에 한다(繪事後素). 먼저 바탕을 손질한 후에 그림을 그린다. 사람은 좋은 바탕이 있은 뒤에 형식(禮度)을 더해야 한다. 예(禮)보다는 그 예의 본질인 인(仁)한 마음이 중요하다.’공자와 그의 제자인 자하의 문답을 읽고 있자니 의문이 생긴다. 그럼 어진 성품이 아닌 사람은 평생 예를 갖출 수 없다는 것인가? 형식적인 예를 갖춤으로써 인을 채워가는 부분도 있지 않은가. 늦어도 학령기가 되면 예를 가르쳐야 하지 않을까? 공부는 왜 하는가? 내면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면 형식도 갖추어야 한다. 어느